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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슈] 말기 환자에게 안락사를 택할 권리는 있는가?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9-25 17:11

한 의사의 유언 후 캐나다 사회는 숙고 중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확산 당시인 2003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질병 확산을 막아 유명해진 미생물학자 닥터 도널드 로우(Low)가 안락사를 택할 권리를 주장한 유언 동영상을 남겼다.

닥터 로우는 뇌종양 말기 판정을 받고 7개월 만인 지난 9월 18일 타계했다.

유언 동영상은 타계한 지 근 일주일만에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됐다.

7분 남짓한 동영상에서 닥터 로우는 "매일 죽기를 바랐다"며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닥터 로우는 캐나다 국내에서 말기 환자들이 의사 지원하에 안락사(doctor-assisted suicide)를 선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닥터로우는 안락사 반대자들에게 "내 몸으로 24시간을 살아보라. 그럼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인에게 의사지원 하에 안락사는 생소한 주제가 아니다. 이미 안락사 허락한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단 안락사를 요청했던 이가 자연사하는 바람에 실제로 판결이 집행되지는 않았다.

근위축성 측색경화증(ALS), 통칭 루게릭병을 앓고 있던 BC주 글로리아 테일러(Taylor)씨는 2012년 6월 15일 캐나다 역사상 최초로 안락사 허용 판결을 받았다. BC고등법원 린 스미스 판사는 안락사를 금지한 형사법 조항이 캐나다 헌법인 권리와 자유 헌장에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스미스 판사의 법리는 자살이 불법이 아닌 이상, 스스로 자살할 수 없는 이에게도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 스미스 판사는 쉽게 자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은 아니다. 안락사에 대한 6가지 조건과 허용까지 1년간 유예 기간을 두었다. 6가지 조건은 ▲안락사에 대한 당사자 서면요청 ▲질병 말기로 회복 가망이 없다는 담당의사의 법정 진술 ▲다른 의사의 진찰 및 소견과 대체치료방법 안내와 변심여부 확인 ▲의사와 정신전문의의 자발적인 자살 동의 확인서 제출 ▲안락사용 약품에 대한 의사의 설명을 당사자가 청취 ▲거동할 수 없지 않은 한, 제3자 개입없이 안락사를 본인 실행할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을 받아든 테일러씨는 안락사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테일러씨는 2012년 10월 4일 결장천공으로 인한 복막염으로 자연사했다. 이른바 테일러판결에 대해 캐나다 연방정부는 항소했고, 대법원에서 3월부터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정에서는 안락사보다 '존엄사(death with dignity)'로 더 많이 불린다.

현재는 캐나다 일부지역에서는 안락사 찬성이 좀 더 구체적인 단계에 이르렀다. 퀘벡주의회에서 올 여름 회기에 안락사 입법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법안으로 입법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내 논의라는 점에서 안락사 재판 자체를 재판부가 기각한 1990년대 말에 비하면 캐나다 사회는 허용으로 일부 기울고 있다.

현재 안락사 허용 재판은 환자 자비보다는 테일러씨의 경우 BC시민자유협회(BCCLA)같은 시민단체 지원으로 이뤄졌다. 이번 닥터 로우 유언 동영상 공개도 암에 대응하는 캐나다인연대(CPAC)의 산하 기관이 했다. 닥터 로우의 미망인은 이 단체를 통해 향후 안락사 합법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락사 허용은 캐나다 국내 진보 시각에서는 삶에 대한 선택권 차원에서 지지를 받지만, 보수와 일부 종교계 시각에서는 천명에 대한 위배로 보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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